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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miths

The Smiths - Still Ill [가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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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se 1]
I decree today that life is simply taking and not giving
난 오늘 선언한다 삶은 앗을 뿐 주지 않아
 
England is mine, it owes me a living
잉글랜드는 내 것, 내게 생을 빚졌으나
 
But ask me why, and I'll spit in your eye
왜냐 물으면 난, 네 눈에 침 뱉으리
 
Oh, ask me why, and I'll spit in your eye
왜냐 물으면 난, 네 눈에 침 뱉으리
 
But we cannot cling to the old dreams anymore
근데 우린 옛꿈에 더 매달릴 수 없어
 
No, we cannot cling to those dreams
아니, 우린 그런 꿈에 매달릴 수 없어
 
Does the body rule the mind
몸이 마음을 다스려?
 
Or does the mind rule the body?
아니면 마음이 몸을 다스려?
 
I dunno
난 몰라
 
[Chorus]
Under the iron bridge we kissed
철교 아래서 우리가 한 키스
 
And although I ended up with sore lips
부르튼 입술에 끝나버렸지
 
It just wasn't like the old days anymore
그냥 더는 옛날 같지 않을 뿐이었어
 
No, it wasn't like those days, am I still ill?
아니, 그런 날들 같지 않아, 난 아직 앓는가?
 
Oh
 
Am I still ill?
난 아직 앓는가?
 
Oh
 
[Verse 2]
Does the body rule the mind
몸이 마음을 다스려?
 
Or does the mind rule the body?
아니면 마음이 몸을 다스려?
 
I dunno
난 몰라
 
Ask me why, and I'll die
왜냐 물으면 난, 죽으리
 
Oh, ask me why, and I'll die
왜냐 물으면 난, 죽으리
 
And if you must, go to work, tomorrow
네가 내일 일하러 가야만 한다면
 
Well, if I were you I wouldn't bother
내가 너였으면 신경 안 썼을걸
 
For there are brighter sides to life
삶에는 밝은 면도 있으니까
 
And I should know, because I've seen them, but not very often
알아야겠어, 본 적은 있어도 자주는 아니었으니
 
[Chorus]

Under the iron bridge we kissed
철교 아래서 우리가 한 키스
 
And although I ended up with sore lips
부르튼 입술에 끝나버렸지
 
It just wasn't like the old days anymore
그냥 더는 옛날 같지 않을 뿐이었어
 
No, it wasn't like those days, am I still ill?
아니, 그런 날들 같지 않아, 난 아직 앓는가?
 
Oh
 
Am I still ill?
난 아직 앓는가?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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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 상으로 sick은 미국식, ill은 영국식이지만 전자가 구어, 후자가 문어 취급되는 느낌(뇌피셜). 어떤 설명이더라도 이 노래에는 sick보다 ill이 어울림은 부정할 수 없네요. 미국식 영어에 생소한 한국어 화자에게 ill에서 느껴지는 생소함과 약간은 문어체 같은 느낌을 살리려고 번역어로 "아프다" 말고 "앓다"를 사용했습니다. "스틸-일"이라는 라임을 살리는 건 "아직 아픈가?"와 "아직 앓는가?"가 "아-아"로 동일하기에 라임 보단 어감으로 한 선택입니다. 사실 "아직 앓는지"를 쓰면 원 모음까지도 살릴 수 있는데 이건 완성된 의문문이 아니라는 점에서 원문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직 앓는가"로 번역했습니다.

 "잉글랜드", "키스"는 원 가사와 같은 곳에 위치시켰습니다. 분명히 번역할 때 쓴 왜래어와 완전히 동일한 영단어가 나오는데, 이걸 다른 위치에 놓으니 뭔가 불-편해서 의도적으로 같은 위치에 배치했습니다.

 보통 잉글랜드를 영국으로 표현하지만(전에 오아시스 번역하면서 Bonehead's Bank Holiday에 나오는 잉글랜드를 영국으로 번역한 적이 있음) 잉글랜드와 영국(UK)은 다릅니다. 영국에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를 빼야 잉글랜드가 됩니다. 우리가 아는 영국 섬에서 남쪽 일부만 잉글랜드이며 영국이 연합되기 전까지 다른 나라였습니다. 오아시스 번역할 때는 내용이 해외여행이어서 그냥 영국으로 번역했던 거 같은데, 엄밀히 말하면 오역입니다. 물론 왜 그랬는지 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제 MI6에서 연락 오나?

 dunno는  gotta, wanna, watta, gonna 같은 구어체로, don't know를 뜻합니다. "Under the iron bridge we kissed, and although I ended up with sore lips "는 비브 니콜슨이 쓴 자서전 "Spend, Spend, Spend"에 나오는 문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브 니콜슨은 도박으로 큰 돈을 벌어 그 돈을 순식간에 다 써버린 것으로 유명해진 인물입니다. 정확히는 비브 니콜슨의 남편이 축구 배팅에서 큰 돈을 땄는데, 그로부터 4년도 지나지 않아 남편이 사망합니다. 물론 그 기간에도 방탕한 생활로 돈을 날리는 중이었습니다. 남편이 죽고, 사치스러운 생활은 계속되나 법정 소송과 벌금 등으로 지출이 생기고, 결국 빈털터리가 됩니다. 그 후 자서전을 쓰고, 그게 모리시 눈에 들어간 겁니다. 둘은 친분이 생겼고, "Heaven Knows I'm Miserable Now" 싱글 표지 등 여러 스미스 앨범에 비브 니콜슨 사진이 이용되었습니다. 물론 모리시의 성격 상 친분이 오래 가진 않았습니다. 모리시 측에서 질렸다고는 하지만, 음... 비브 니콜슨은 2015년 79세에 사망했습니다. 과거에 후회는 없다네요. sore를 번역하려고 찾아본 내용인데, 정작 쓸만한 자료가 없어서 알아낸 게 아깝길래 적어봅니다. 해당 자서전 번역본이 없기에 그냥 적절하게 번역했습니다. 원문을 읽으면 맥락 상 대치어를 확정하기 쉽지만, 영국 책을 사기는 어려워 그냥 "부르트다"로 정했습니다. sore lips가 구내염이나 입술에 난 염증, 혹은 건조해 갈라진 입술 등을 뜻하는 것 같아 적절해 보입니다.

 대부분 이 가사를 동성애를 암시하는 것이라 해석합니다. 그러나 모리시가 쓴 가사가 그렇듯이, 또 잘 쓴 가사가 그렇듯이, 직접적인 언급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가사만을 고려하면 동성애를 다루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가사가 정신질환 전반에 관한 내용이라고 봅니다. 당시에 정신질환 취급받던 동성애도 포함해서요. 모리시는 동성애가 불법이며 정신질환이던 시절에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모리시는 1959년에 태어났고, 잉글랜드에서 성인 남성 간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률은 1967년 폐지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이 폐지되었다 해도 사회적 인식은 비슷했을 겁니다. 치료 대상, 정신병자. 감옥에 못 보내면, 병원에 보내는 겁니다. 전 세계 정신의학계가 사실상 표준으로 사용하는 미국 정신질환 분류 목록(DSM)에서는 1973년에 동성애가 그 자체로 정신병이라는 서술을 삭제했고, 그 후 1987년이 되어서야 동성애가 질병으로 분류된다는 직, 간접적인 저술을 모두 삭제했습니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1990년 이후 동성애를 정신질환이라 규정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스미스는 해체했고, 오아시스가 태동할 때죠. 성소수자였던 모리시는 이 시절을 어떻게 보낸 걸까요.

 제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사에서 ill은 곧 정신질환이며, still ill은 정신질환이 완치[관해]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예로부터 정신질환은 진단과 분류가 애매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동성애부터, 히스테리아(뮤즈 노래 아님(스쿨 아이돌 밴드 뮤즈 아님)) 등. 그렇다고 푸코가 <광기의 역사>에서 주장하는, 다 저문 포스트 모던이 뿌리는 고춧가루를 맞아줄 필요는 없겠습니다. 정신질환의 진단 기준이 변화해온 역사를 찾는데 푸코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현기증이 올라왔습니다. 아, 푸코병이라고 진단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니면 푸코-증오성-성격장애? 할 말은 정말 많지만, 이제 제겐 열정이 없습니다. 무기력증은 확실히 신경증의 증상인데, 저 아직 앓는 걸까요?

 잡설은 각설하고, 지금 통용되는 DSM-5는 여전히 부정확하고, 기준은 엄밀하지 않으며, 원인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지만, 정신질환은 질환자에게 불편합니다. 다른 많은 질환처럼. 그래서 치료합니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를 인간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의사도 있겠지만, 그건 다른 과도 같습니다. 아니, 모든 사람이 그렇습니다. 누군가는 나를 같은 인간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걸 어쩌겠습니까. 아니, 그러면 좀 거슬린다 싶으면 폐쇄병동에 집어넣던 시절에 의사들은 그런 사이코패스(엄밀한 의학적 용어는 아님) 집단이었을까요? 아뇨. 사회 전체가 그랬겠죠. 사회가 변하면서, 가치관도 변했고, 그에 따라 정신질환의 범위도 변해왔습니다. 아니, 의학은 과학인데, 변하면 그게 과학이냐고요? 아뇨, 과학도 변합니다. 그 유명한 패러다임은, 과학이 변하는 것을 설명하려고 토마스 쿤이 제안한 용어였습니다. 본인이 언급하듯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지만요. 쿤이 설명하는 과학은 불변하는 진리가 아닙니다. 어떤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시기에 위기가 옵니다.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쌓였기 때문이죠. 결국 옛 패러다임은 새 것으로 전환됩니다. 그 위기 중 하나를 모리시가 직접 겪었던 거죠. 의학도 과학이라면.

  본론으로 돌아와서, 동성애가 질병이라는 딱지는 사회가 변혁하며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다른 정신질환은요? 아직도 많은 정신질환은 애매합니다. 공식적으로 쓰이는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병명처럼, 애초에 엄밀하지 않은 것을 인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누가 봐도 여전히 정신질환인 것들은, 의지 드립과 사회적 멸시 사이에서 여전히 미어터지는 중입니다. DSM 같은 기준을 없애고, 나아가 정신질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면 어떨까요? 적어도 멸시는 사라질까요? 아뇨. 멸시가 늘어나지만 않으면 다행이겠지만, 의지 드립만은 확실히 늘어나겠죠. 그렇다면 질환자가 낙인을 벗어날 방법은 "완치"만 남는데, 이게 문제입니다. 많은 정신질환에 완치라는 개념은 생소합니다. 정신질환에는 불치병도 꽤 있으며, 당뇨처럼 평생을 관리해야 하거나, 겉으로는 치료된 것처럼 보여도 "완치"가 아니라 "관해"라고 표현하는 병이 많습니다. 아, 물론 치료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니 어차피 안 될 거야~ 하고 치료를 미루지는 맙시다. 그러다가 진짜 가능하던 완치도 불가능해질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모리시는 성소수자이며 신경증 환자입니다. 누가 봐도 우울증이라고요. 물론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 다들 알잖아요? 농담입니다. 실제로 진단받은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치료를 지속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니면 이민자는-죽어도-되지만-육식은-살인-증후군? 성소수자는 이제 치료받지 않아도 된다 해도, 남은 병은? 모리시는 여전히 아픈 걸까요?

  모릅니다. 모리시가 불편하면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아무리 욕을 하고, 정신병자라 매도해도 그는 꿋꿋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폐쇄병동으로 집어넣지 못한다는 것이 슬플 수도 있지만, 그게 정신의학이 발전했다는 증거이며, 최소한 예전보다는 나아졌음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

 

 가사를 우울증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면, 모든 게 예전같지 않습니다. 감정이 사라진 것 같이, 예전에 했던 일을 똑같이 하더라도 무언가 다릅니다. 심지어는 비밀스러운 키스조차 입술이 아프다고 그만둡니다. 옛날에는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예전에 꿨던 꿈은 이미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해봤자 안 될걸 알거든요. 아니, 했는데도 안 됐거든요. 이유는 없지만 이렇게 됐고, 삶은 고통스러울 뿐입니다. 삶이 득이 아닌, 실처럼 느껴집니다. 준 건 없으면서 뺏는 건 왜 이렇게도 많은지. 심지어 관공서에선 밀린 세금 안 내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네요. 내 삶이 불행한데, 세금을 미루면 잘 타이르지는 못할 망정 협박을 하는지. 이때까지 꼬박꼬박 내왔는데, 국가가 보상해주진 못할 망정 감사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바랄 걸 바라야지. 세상에 기대가 없으니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왜 일하러 갑니까? 돈 조금 준다고, 행복한 시간보다 불행한 시간이 더 많은 삶을 사는 건, 정상적인가요? 왜 다들 그게 정상인 것처럼 행동하지? 나보다 사회가 더 비정상적이지 않나? 꼬리를 무는 생각에 힘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너무 싫어 병원에 갑니다. 의사가 초진이라고 뭘 자꾸 캐묻습니다. 이유를 묻는데, 이유가 어디있나요. 그냥 그런 거지. 정신과 의사가 저모양이면 차라리 죽어버릴 텐데. 어찌저찌 약을 받아옵니다. 불행히도, 정신과 약은 즉각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특히 항우울제는 며칠에서 몇 주가 지나야 효과를 보는 약이 대부분입니다. 이마저도 최소한 몇 달은 먹어야 호전이 됩니다. 반면, 부작용은 먹자마자 나타납니다. 속이 울렁거리고, 잠이 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안심합니다. 내 정신에는 약 따위로 변하지 않는, 자유의지가 있음이 명백한 거니까요. 그래도 돈 내고 사오기도 했고, 잘난 의사가 한 말에 반박 한 번 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약을 먹습니다. 그런데, 꾸역꾸역 먹다 보니 마침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네요. 슬슬 덜 우울합니다. 병리적인 사고도 줄었어요. 이쯤 와서 의문이 듭니다. 고작 약 몇 알에 내 정신이 바뀌어 버린다니. 내 몸을 지배하는 건 정신이 아니라 몸 아닐까요? 내 정신은 결국 착각인가요?

 

 정신질환 환자에게 이 가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울림이겠죠. 이처럼 저는 동성애에 국한하지 않고, 더 넓은 범위에서 정신질환을 뜻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물론 이 잡설은 대부분 뉴스 기사, 위키 등에서 얻은 정보에 뇌피셜이 첨가되어 부정확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고 이거 쓰는 데 논문을 읽고 교차검증까지 하기에는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위는 쓰다가 너무 길어져서 접어버린 해설입니다. 이상한 잡설을 너무 끌고 와서 지우려 했는데 귀찮아서 접기만 하고 냅둡니다. 미국에 밥 딜런이 있다면 영국엔 모리시가 있다. ???: 밥 딜런보다 모리시가 나은 송라이터 어쩌고저쩌고... 근데 다들 모리세이라고 부르는데 아무리 들어도 발음이 모리시/모리씨라... 근데 모리씨 하면 무슨 명탐정 코난에 나올 것 같아서... 근데 사실 모리시라 한 이유는 네 글자 쓰기 귀찮아서 그럼. 세 글자면 족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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